그룹명/ 추억이란....늘 그리운 지난 시절~~^^

봉숭아 꽃물 들이던 추억...

아침이슬처럼~~~ 2007. 6. 28. 23:15

그저께 우리 시누이집에 갔었는데
시누이의 길다란 손톱엔 예쁘게 봉숭아 꽃물이 발갛게
들여져 있었다
아직 봉숭아 꽃이 피지도 않은때라
조금 의아해서 물어보았더니
봉숭아 꽃으로 물들인게 아니고
문구점에서 파는 가루 봉숭아로 물들였다고 했다
가루 봉숭아? 그런것도 있냐고 하니까
자기도 다른것을 사러 갔다가 우연히보게 되어서
한번 사본거라고 한다
하도 신기해서 나도 한번 해볼 요량으로
달라고 했더니
다행히 하나 남은게 있다하면서 한봉지를 준다
라면 스프 크기만한 것이라서
양이 너무 적은것 아니냐고 하니까
한봉지만 있으면 세사람이나 물들일수 있다고 한다
방법을 배워갖고 와서
어제..당장 실행으로 옮겼다
접시에 봉숭아 가루를 부어서 물로 갠다
조금만 물을 부어주니까.. 걸쭉한 스프같은 형태로 되었다
면봉으로 적당량을 떼어서
그냥 손톱위에 올려놓기만 하면 O.K....
그런상태로 약 20~30 분후 물로 씻어내기만 하면 되는데..
상태를 봐서 색깔을 좀더 진하게 하고 싶으면
그런 방법대로 한번 더 해주면 된다
딱 손톱에만 물들기 때문에
주변 손가락에도 번지지않고 정말 예쁘게 물들여 지는것이었다
참으로 신기하기도 하고...
세상 참 좋아졌단 생각을 했다
글쎄..이걸 좋아졌다고 하는것이 맞는것인지....
깔끔하게 예쁘게 물들여진 손톱을 바라다 보고 있으려니
불현듯 어릴적 생각이 난다
장독대 옆에 피어있는 봉숭아를 한웅큼 따서
돌멩이로 콕콕 빻아서 손톱에 올린뒤 잎으로 싸서 실로 칭칭 동여메고
그 손을 어쩌지 못해서
두팔을 치켜들고 만세를 부르며
하룻밤을 자고나면
아릿하게 아픈 손가락을 어루만지며
하룻밤 고생의댓가로 빨갛게 물들여진 손톱을 보고 만족스런 웃음을 짓던..어린시절이 갑자기 생각이 나서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 졌다
점점 모든것이 첨단화가 되어가고...
옛것에 대한 것은 이젠 추억으로만 남게 되었다
봉숭아 가루라곤 하지만
그것이 어떤 종류의 재료로 만들어 졌는지도 알수없고
인체에 무해한지도 모르겠고..
누가 만들어 냈는지 그 발상은 기발하지만
그래도 어쩐지 씁쓸해지는 기분은 숨길수 없다
그래도 요즘 어린이들에게 유일하게 남아있는 옛 놀이 문화라곤 봉숭아 꽃물들이는것 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그것 마저도 추억속의 한장면으로 기억해야 될것 같다
여자라면 어린아이 ...어른...내남 할것 없이
여름날 한번쯤 봉숭아 꽃으로 물들이는 작업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7월에 봉숭아 물을 들이고 그 손톱의 꽃물이 첫눈이 올때까지 남아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 진다고 하던
미신에 가까운 황당한 얘기를 들으면서도..그래도 혹시나...
하던 맘으로 가슴 설레이면서
손톱에 해마다 봉숭아 물을 들이던
아득한 어린시절을 떠올리면서
유년의 추억에 잠겨본다

이젠...
그런 모습은 더 이상 볼수 없게 된것에 대한 서운함으로
내 손톱을 쳐다보고 있으려니까
이런 작은일 하나하나 에도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내모습이
조금은 우습기도 하다
내년에는 인공적인 냄새가 나는 가짜가 아닌
진짜 봉숭아꽃을 따서 한번 들여 봐야지...
하고 혼자서 생각해 본다..

 

 

 2003년   6월... 어느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