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에..(2)
시 어머님의 병환은.. 사실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아주 오래전 ..
허벅지에 조그만한 종양이 났었는데 당시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병원에도 안가시고
집에서 검증되지 않는 민간요법으로 자가 진단 약으로 치료해 오셨는데...
사실 그 당시 몇번 병원에 가셨다고는 하셨다
어느날 허벅지 안쪽에 피부속에서 뭔가 혹같은 것이 솟아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후일 하셨다
만지면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기 시작해서...
그제서야 병원에 갔었는데..
조직 검사를 한 의사가 말하길..
큰 병원에 가보라 하셨단다..
저..남쪽 끝 전라도 섬 마을에 는 큰 병원이..있기야 하겠는지...
아주버님과 형님께서 어머님을 모시고 우리집에 오신것은 2년전 겨울...
그 당시
남편은 위암 수술을 한뒤 한창 항암 치료를 하면서 힘든 투병 생활을 할때 였는데..
당연히 직장도 그만두고..집에서 쉬면서 병원에만 다닐 무렵이었는데....
집에서 지내고 있으니까 시간이 많으니
어머님 모시고 있으라고 형님네가 부탁 하셨다
시골엔 큰 병원이 없기에 당연한 결과 였지만
나로선 참 난감 하였으니..
나 자신도 견디기 힘든 상황에 말도 못하고 .. 남편 치료비.. 버느라 힘든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쨌든 ...
서울 고려대 구로 병원에서 어머님은 입원을 하셨고 여러가지 검사를 거쳐서
피부 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에 들어갔다
허벅지안에 깊숙히 박혀있는 암 세포를 떼어내고...(아니 엄밀히 말한다면 떼어냈다기 보단
피부속에 물이 한 대접 들어 갈 만큼 파 냈다는 얘기가 맞을것 같다
그 파낸 부분에 인공 피부조직을 넣고 .. 그래도 안되길래
반대쪽 허벅지를 또 한웅큼 떼어내서 수술부위에 이식하고...
어머님은 연로하시고 당뇨도 있으시고.. 관절도 안좋으신데..
양쪽 허벅지를 도려내는
그 큰 수술을 하셨으니...
어머님 허벅지를 보니
남편도 남편이지만 ...눈물이 절로 났다..
그래... 내 아픈것은 ..지금 말할때가 아니지...
그때..나는 토요일만 병원에 가서 꼼짝 못하고 침대에 누워계신 어머님을 보고 왔지만
남편은 병원에서 어머니와 함께 지내면서 간병을 했는데...
어머님 대 소변을 받아내고... 머리 감겨 드리고...
그러다가 자신의 병원 갈 날짜엔 잠깐 어머님 혼자두고 병원에 갔다가...하면서..
수술을 끝내고 나서.. 연로하신 분이라.. 항암치료는 안되고..
방사선 치료를 하시며 집에서 통원 치료를 하러 다녔는데..
.이곳
경기도 광주 ..우리집에서 병원까지 가려면 두어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남편은 이틀에 한번씩 ..어머님 모시고 정성으로 치료하러 다녔다
물론 집에선 날마다.. 아니 매 시간마다..
피 고름이 흐르는 허벅지 수술 부위를 두시간 마다 거즈를 갈아가며 붕대를 갈아가며..
그러다가.. 자신의 병원 검진 날짜가 되면
집에 어머님 혼자둘수가 없어서
어머님을 업고 차에 태워서 남편 병원 가는길에
같이 모시고 다니면서 ... 그렇게 힘든 날들을 보냈었다..
수술후 어머님은 거의 앉은뱅이 수준까지 가서
혼자서는 운신을 못하셨기에..
그 모든것을... 나는 그저 지켜 보고만 있을수 밖에 없었으니...
난 어쨌든 일을 다녀야 했고..
저린 발을 질질 끌고 퇴근해서 집에오면..
그때부턴 어머님 다리 찜질 해 드리고 머리 감겨 드리고..
드시고 싶은 음식 .. 밥 해 드리는게 고작이었으니...
그 힘들었던 나날들...
아들녀석 이 교통사고를 당해
한쪽 다리가 장애를 입고 완전하게 치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턱 관절 장애로 인해 또 다시 병원 신세...
그리고 또
연 이어 남편 ..암 수술..
불행은 사람을 가려서 오질 않기도 하거니와 한꺼번에 몰아서 온다고 했던가?
그나마 모아놓은 저금은 바닥이 났고..
난 무조건 일을 놓을수 없었다
체격이나 크면 말을 안 하지..
땅콩 만한 몸으로...
저리고 아픈 다리를 끌면서...
그런 극도로 치달은 현실속에서 어머님의 상황은
나를 나락으로 몰고갔다
정말..
죽고 싶을 만큼 힘든 날들.....
살아가는 낙이 전혀 없는 날들속에서
나 까지 그나마 살겠다고
병원에 간다는게... 화가 날 정도로 싫었고
나중엔 오기가 생겨서 이를 악물고 깡으로 버텼다
그런 날들속에서....
2013 년 10 월 15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