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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씬 레드라인) 멋지고 유려한 영상/음악/주제... 최고의 전쟁영화!

아침이슬처럼~~~ 2005. 10. 5. 23:18


 

 

 

테렌스 맬릭 감독의 1998년작. 유려하고 세련된 영상과 깊은 주제의식과 한스 짐머의 음악이 환상적으로 결합한 명작이다.
짐 카비젤, 숀 펜, 닉 놀테, 존 트라볼타, 조지 클루니, 존 쿠삭, 우디 해럴슨, 자레드 레토, 에이드리언 브로디... 이런 대단한 배우들을 한 영화에서 다 볼수있는 것도 좋다. 특히 주인공 짐 카비젤은 최근작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연상시키는 표정과 역할을 마치 예시하듯이 보여줘서 아주 인상적이었다.

소설 원작 답게 영화의 내용전개는 알차고 빈틈이 없다. 영화를 끌어가는 중요 요소는 인물들의 '독백'이다. 주요 인물들 각각의 시점에서 보는 전쟁과 인간본성을 얘기하는 영화. 가히 '명상하는 전쟁영화'라 할만하다.
그렇다고 영상이나 전투묘사가 소홀하냐 하면 천만의 말씀. 어떤 전쟁장면보다 실감나고 다이내믹한 카메라의 움직임이 현란하다. 우월한 시점에서 내려다보는게 아니라, 풀숲에 간신히 엎드려 긴장하고 있는 병사들의 시점/눈높이 앵글이 더할수없는 긴박감을 준다.

영화는 이렇듯 두개의 축이 대립하면서 전개된다. 명상과 액션, 휴머니즘과 권력논리, 신의 믿음과 자연의 약육강식... 그 두가지 축을 대변하는 인물은 위트(짐 카비젤)와 고든 대령(닉 놀테)이다.
영화 초반부는 위트가 원주민 마을에서 평화롭게 지내고 있는 모습이다. 숲과 바다를 누비며 인간의 선한 본성 그대로 살고있는 그곳은 작은 낙원처럼 제시된다. 그렇게 평화롭던 인간본성의 모습에서 전쟁터의 광기/살인기계로 다시 소환되는 위트! 그리고 영화 결말무렵 다시 찾아가본 그 마을은 폭력/죽음에 오염된 실락원으로 변해있었다! 무엇이 그렇게 인간본성을 타락시켰을까, 라고 끊임없이 되묻는 독백... "이 끔찍한 죄악은 어디서부터 시작해 이세상에 나왔는가. 누가 그 씨를 뿌렸는가. 그 무엇이 우리 삶을 파괴하고 조롱하는가"
가장 극적인 화면은 눈을 반쯤 뜬채 흙에 묻힌 일본군 병사의 얼굴이다. 그 죽은 병사는 위트에게 "당신들 미군은 과연 정의로운가요? 우리도 우리가 정의롭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믿음이 이 모든 고통을 덮을수는 없겠죠?"

반면 고든 대령은 정치/권력 논리로 입신양명을 위해 병사들을 사지로 내몬다. 그 역시 "가족을 위해 모든 수모를 참아온" 불쌍한 군인이었지만 과달카날 섬 정복이라는 "15년만의 절호의 기회" 를 놓치지 않으려고 무리한 작전을 밀어붙인다. 본심은 어떨지 몰라도 그의 겉모습은 '지옥의 묵시록'의 전쟁광 킬고어 대령과 다를게 없다. 그가 광기에 차서 좌충우돌 병사들을 독려하는 모습을 보면, 실제 전쟁터에서 승리하려면 그같은 지휘관이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결국 그의 논리는 먹혀들었고 그는 승리했다. 무수한 병사들의 희생을 치르고 나서...
한편 그런 대령 뒤에는 장군(존 트라볼타)이 있었다. 후방의 정치권력 지도자들을 비유하는 듯한 장군. "우리의 2세들은 전쟁을 하지않게 해줘야지" 라고 말했지만, 현재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영화 마지막, 새 지휘관인 조지 클루니가 호언장담 연설하는걸 보던 숀 펜의 독백이 정곡을 찌른다. "하나가 가면 다른 하나가 온다. 병사들을 자식같다고 거짓말하면서 사지로 내몰뿐..."

영화는 자주 자연의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클로즈업한다. 풀, 꽃, 잎, 새... 그리고 분홍빛 새벽노을, 흰구름 하늘, 숲의 햇살, 빛나는 강물, 눈부신 바다, 바람에 쓸리는 억새밭 물결... 그러나, 그 풍경들 속에 도사린 죽음의 그림자! 무차별 포격으로 불타는 초원에서, 불에 그을린 어린 새의 마지막 처절한 몸부림! 풀잎에 튀는 피...
감독의 의도는 물론 그 아름다운 '신의 축복의 풍경'을 지옥경으로 만드는 인간들에 대한 일침이다. 특히 슬픈건 죽어가는 병사들이 마지막으로 그런 자연의 모습을 바라보는 눈빛이다. '찬란한 빛이 쏟아지는 이 세상... 이렇게 허무하게 떠나야 하다니' 라고 말하는듯한 넋놓는 표정의 슬픔. 

영화 첫장면은 먹이를 노리는듯 탐욕스런 몸짓으로 늪에 잠기는 악어의 모습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첫 독백 "전쟁이란 자연의 섭리일까?". 그 악어는 영화결말에서 생포되어 있다. 인간의 잔인한 포식자 본성도 그처럼 사로잡혀 순치될수 있다는 것?
대령이 "자연의 약육강식" 을 얘기하며 자신의 논리를 펼치는 정반대 지점에 "신의 도우심" 을 애타게 기도하는 중대장이 있다. 한밤중 고뇌에 찬 얼굴로 기도하는 그의 눈길은 '밝은 촛불'을 향해 있다. 전쟁영화에 그런 촛불의 클로즈업 이미지라니! 그 극명한 명암대비와 얼굴 분위기, 그리고 촛불의 흔들림은 이 영화의 성격을 잘 요약해주는 화면이다.

주인공 위트 역을 맡은 짐 카비젤! 그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 자신의 이름 역시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J.C.로 시작한다며 예수 역에 어떤 '운명'을 느끼고 임했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의 그의 모습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와 겹쳐지며 인류의 죄악을 슬퍼하고, 구원하기 위해 희생하는 존재로 나와서 아주 인상적이었다. 마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인간 버전이라고나 할까. 자주 클로즈업되는 그의 깊은 표정과 관조와 독백들...
특히 타락해버린 '실락원'과 짐승 신세같은 병사들을 보며 그의 오른 눈에서 흐르는 눈물! 이 장면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느낌을 가장 잘 전해주는 대목이었다. "어쩌면 우리 인간의 영혼은 하나인지 모른다.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진 거대한 하나의 영혼!"... '화씨 911'에서처럼 "스스로를 죽이는 인류".
위트는 부상병을 강물로 세례하듯이 머리에 물을 부어주고, 나중엔 그 자신도 스스로의 머리를 물로 씻는다. 그리고 나뭇잎에도 물을 뿌린다.
위트가 신참병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대목에서, 도망쳐 살아온 신참병에게 고참병이 "그는 어디에 있는가?" 라고 여러번 소리쳐 묻는 장면도 의미심장하다.
"죽음으로 생명을 잉태하려 함인가". 영화 마지막 장면, 무수한 희생을 치른 섬의 해변에는 '희망의 새싹' 하나가 우뚝하다. "우린 다시 신세계의 해변에 섰다" 던 위트의 말대로 그는 자신을 희생해 새로운 세상을 여는 한점 밀알이 되었을까.


 

 


 
가져온 곳: [영화가 신화를 만났을 때]  글쓴이: 리언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