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맛나
들까치는 고드름으로 세수를 했다.
단장을 마친 들까치는 잎이 지고 없는 감나무에서 따온
마지막 감 하나를 머리에 이고 산까치 도사를 찾아갔다.
산까치 도사 집은 산마루에 있는 전나무 높은 가지 위에 있었다.
들까치가 세배를 드리자 산까치 도사가 덕담을 하였다.
"올해는 좋은 수놈을 만나 시집을 가야겠지?"
"그런데 도사님, 마음에 드는 수놈이 만나지지 않으니 어쩌면 좋지요?"
산까치 도사는 전나무 잎으로 점괘를 뽑았다.
"노선 변경 시행이 나왔네."
들까치가 물었다.
"노선 변경 이라니오?"
"항시 같은 길로만 다니지 말고 다른 길로도 다녀 보란 말일세.
그래야 새것들 하고 만날게 아닌가."
산까치 도사는 또 하나의 전나무 잎 점괘를 뽑았다.
"간혹 조리법도 바꿔 보게나."
"그건 또 왜요?"
"그래야 새 음식이 생겨날게 아닌가.
내가 인간 세상의 어떤 사랑받는 여자를 보니까
같은 음식이라도 늘 새 조리법을 써서
새 맛을 나게 하더란 말일세."
들까치를 오솔길까지 배웅 나와서 산까치 도사가 일러주었다.
"큰 것을 바꾸기 위해 미루며 살기보다는
작은 것을 당장당장 바꾸며 살게나.
그리하면 올해는 반드시 어떤 소득이 있을 걸세."
- 정채봉님의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