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향연 속으로
화병의 해바라기 꽃잎이 뚝뚝 떨어진다.
마치 ‘라라’의 슬픔처럼 떨어지는 해바라기 꽃잎.
영화 ‘닥터 지바고’는 여고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의
삶 속에서 늘 설렘으로 감동케 한다.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지바고와 라라의 사랑이었지만 영화 속의 모든 장면들은 그들의 호흡과 눈빛을 아름다움으로 감싸준다.
곱은
손가락으로 라라를 위한 시를 쓰던 지바고의
이글거리는 눈빛이 떠오르며, 가슴을 부여잡고 라라를 부르던 숨 가쁜 모습도 나의 머리 속을
흔든다.
그들은 왜 사랑했을까?
전쟁과 배고픔과 황량함과 모든 처절함 속에서 더욱 뜨거운 불꽃을 태울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교회의 종소리와 함께 걸어가던 라라의 검은 외투.
모피 모자를 눌러 쓴 채 마차를 타고 가던 그 외로운 라라의 모습이 가슴 아픔으로 나를 누른다.
한창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던 여고
시절, 나는 왜 그렇게 여러 번 ‘닥터 지바고’를 보았는지? 왜 그 때 마다 감동이 달랐으며 아직도 그 설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순수한 토냐(지바고의 아내)와 묵묵히 지켜보던 파샤(라라의 남편)의 모습보다 나는 왜 깊어지지 못할
것 같은 아니 깊어져서는 안 되는 라라와 지바고에게 애정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음악은 또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전편에 흐르던 ‘모리스 자르’의 애잔함과 웅장함이 영화의
아름다움을 잘 지켜준다.
제정 러시아의 무거운 분위기와 아름답고 때로는 너무나 쓸쓸해 보이던 설경과 철로에 뒤덮인 눈을 뚫고
기차가 달릴 때 그 눈 날림의 희열을 기억한다.
장중함과 결코 수선스럽지 않은 라라와
지바고의 만남과 이별은 너무나 안타깝고 슬프다. 그래서 그 애잔함과 함께 내 가슴 깊은 곳에
숨어있는 라라를 잊을 수가 없다.
전쟁 중에 클로즈업 되던 파샤의 둥글고 가는 테의 안경이 던져준 충격과 어머니 장례식장에서의 어린
지바고의 천진한 모습을 그려본다, 바람에 나뭇잎이 뒹굴어 음울해 보였던 날씨와 티 없이 맑은
어린 소년의 모습이 대비되어 슬픔의 무게를 더 하게 했다.
배고픔과 추위에 지쳐 누더기 옷을 걸치고 벌판을 헤매던 지바고의 모습은 지금도 추위를 느끼게 한다.
그들이 애써 인연을 접으려 하던 모습도 조심스럽게
보인다. 그것이 또 하나의 아름다움으로 기억된다.
이렇듯 영화 이야기를 할 때면 나는 늘 ‘닥터
지바고’의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혹독한 추위와 어찌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에서라도 우리들은 우리의 가슴을 녹이며 다가오는 사랑의
숨소리를 거역할 수 없음을 안다.
때로는 그것이 축제가 되고 향연이 되기도 하니까.
이제 곧 겨울이 올 것이다.
겨울이 되면 나는 다시 라라와 지바고의 사랑을 끄집어 낼 것이며 그리고 꿈꾸리라.
붉은 드레스로 춤을 추던 정열의 라라가 되는.
김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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