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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슈퍼맨 크리스토퍼 리브

아침이슬처럼~~~ 2006. 2. 16. 15:53
Superman forever!-크리스토퍼 리브 2005/11/03
그런 생각 해 보셨나요?
내가 죽는다면, 사람들은 날 어떤 사람으로 기억할까...

여기, 죽어서도 ‘슈퍼맨’으로 남은 한 사람이 있습니다.
현재 새로운 슈퍼맨으로 무명에 가까웠던 신예 ‘브랜든 루스’가 낙점돼 새 영화 '슈퍼맨 리턴즈'를 호주에서 한창 촬영 중에 있지만, 그렇다고 ‘슈퍼맨’의 대명사가 크리스토퍼 리브에서 브랜든 루스로 옮겨갈 가능성은 극히 적습니다.

‘브랜든 루스’가 슈퍼맨으로 분한 모습을 보고, 젊은 시절 ‘크리스토퍼 리브’가 살아 돌아온 것 같다고 평하는 이들이 많은 것만 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원조 슈퍼맨을 그리워하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배우로서 화려한 족적 외에도 인간적으로 많은 스토리를 남긴 크리스토퍼 리브! 잠시 그를 회상해 봅니다.

크리스토퍼 리브(Christopher Reeve)

1952년 9월 25일 태어나
2004년 10월 10일 급성 심장마비로 사망.
대표작: 슈퍼맨 1(1978년)
슈퍼맨 2(1980년)
슈퍼맨 3(1983년)
슈퍼맨 4(1987년)
함정(1990년), 남아있는 나날(1993년)


미국 뉴욕 태생인 그는 어렸을 때부터 감수성이 풍부했습니다. 작가이자 교수인 아버지와 저널리스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천부적으로 예술적인 끼를 타고났고, 뉴욕의 유명한 줄리어드 연기 학교에서 수업을 받았습니다. 스타이기보다는 진정한 배우이기를 소망했던 그는 연극과 영화 속 작은 역할부터 시작해 탄탄한 기본기를 익혔습니다
.
그리고, 마침내 행운의 여신이 그에게 날아들었는데요. 전 세계인들의 영웅인 ‘슈퍼맨’의 주인공이 된 것입니다. 192cm의 큰 키에 수려하면서도 정직해뵈는 외모, 거기다 탄탄한 연기력까지 갖춘 그가 실버스타 스탤론 등 유명배우들을 제치고 당당히 오디션에 합격한 것이죠.
그러나, 영화 ‘슈퍼맨’의 롤 타이틀을 맡고서도 크리스토퍼 리브는 자신의 이름을 맨 앞에 올리지 못했습니다. 매일같이 와이어에 매달려 죽을 고생을 했지만, 개런티도 25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신인의 설움이었죠.

하지만, 개봉 이후, 그의 주가는 달라졌습니다.

근육질 몸매가 드러나는 파란색 쫄쫄이에 빨간색 망토를 입고 하늘을 나는 멋진 모습, 끝없이 용맹스럽고 정의로우면서도 사랑 앞에선 수줍어하는 영웅의 모습을 연기한 그는 곧 전세계 영화팬들의 진짜 영웅이 됐습니다. 그에 앞서 연기한 어떤 슈퍼맨들보다, 원작인 만화 ‘슈퍼맨’보다도 훨씬 슈퍼맨다운 모습! 이제 리브가 아니면 그 누구도 슈퍼맨이 될 수 없을 것 같았고, 그리하여 네 편의 슈퍼맨은 모두 그를 통해 완성됐습니다.

그렇게 나온 공식이 바로 ‘크리스토퍼 리브=슈퍼맨’입니다.
배우로서 잊혀지지 않는 대표작을 가진다는 건 영광스런 일이겠지만, 그 때문에 다른 좋은 작품들이 가려진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죠.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영화 ‘Somewhere in time' 입니다. 잠시 소개합니다.

Somewhere in time

감독 : 지놋 스작
주연 : 크리스토퍼 리브 (리차드 콜리어 역),
제인 세이모어 (엘리즈 맥케나 역)


국내엔 ‘사랑의 은하수’란 다소 촌스런 제목으로 소개됐습니다. ‘시간 속 어디엔가’ , ‘기억 속 어디엔가’ ... 하여간 멋지게 번역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왜 ‘사랑의 은하수’라는 생뚱맞은 제목을 붙였을까 의아했습니다.
1980년에 제작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봐도 그다지 촌스럽지 않을만큼 영화는 클래식합니다. 얘기는 이렇습니다.

젊은 극작가인 리차드 콜리어가 자신의 희곡을 연극무대에 올리던 날,
어느 늙은 노파가 다가와 애절한 눈빛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Come back to me"
오랫동안 이 말이 잊혀지지 않은 콜리어는 그녀가 누구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심령학자의 도움을 받아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납니다. 그리고, 그 시간 속 어딘가에서 다시 그녀를 만나게 되죠. 그녀는 전생에 자신이 목숨보다 사랑했던 한 여인이었습니다.

굳이 장르를 구분하자면, ‘판타지 로맨스’ 정도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 현실감 없는 스토리를 싫어한다면 이 영화가 황당할 수 있겠으나, 영화적 상상력을 좋아한다.면 이 영화는 너무도 사랑스럽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은 자연빛으로 가득 찬 빼어난 영상과 색감에 즐겁고, 귀는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에 감동합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라면, 여백이 많아서 여운도 길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슈퍼맨이 아닌 사랑에 빠진 평범한 한 남자로 분한 20대의 크리스토퍼 리브는 요즘의 어떤 인기배우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만큼 매력적이었습니다. 슈퍼맨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고나 할까요?

그렇게 TV와 스크린을 오가며 배우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크리스토퍼 리브는
40대 초반이던 1995년,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는 쓰라린 경험을 하게 됩니다. 승마대회에서 낙마를 해, 목 아래로 전신마비를 입게 된 것이죠. 영원한 슈퍼맨일 줄 알았던 그의 사고 소식은 팬들에게도 믿지 못할 충격이었습니다.

그러나, 진짜 슈퍼맨의 진가는 사고 이후부터 나타납니다. 자신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선 안 된다는 강한 의지는 곧 끊임없는 재활 훈련으로 이어졌고, 그는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 24시간을 지내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잃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는 황우석 박사에게 줄기세포 연구를 발전시켜 난치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달라는 말도 전했고, 각종 자선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전신마비가 됐다고 해서 영화에 대한 꿈을 접는 일도 없었습니다.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도전장을 내밀었고, TV에선 단역이라도 자신의 처지에서 할 수 있는 배역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살았던 그는 결국 지난해 10월, 52살의 나이로 집에서 급성 심장마비를 일으켜 숨을 거두게 됩니다. 우리 마음 속에 영원히 기억될 슈퍼맨으로 남은 채 말이죠.

그는 참말 행복한 배우임에 틀림없습니다. 평생을 연기해도 대표작 하나 없이
사라지는 배우가 다반사인데, 짧은 생임에도 아주 특별한 대표작을 남겼으니까요.

크리스토퍼 리브가 없는 ‘슈퍼맨 리턴즈’는 아마 내년 여름쯤, 극장가를 찾을 듯 합니다. 그 영화를 보게 된다면, 한 번쯤 생전의 고인을 기억하지 않을까요? 잔뜩 부은 얼굴로 휠체어에 앉아있던 전신마비의 그가 아닌, 어린 시절의 우상으로서 늠름했던 그의 모습을 말이죠...
 
  글 ㆍ김 진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