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 토투가 깜찍/섬뜩한 스토커로 나왔던 영화 '히 러브스 미'의
대사가 생각난다. "넌 이런 사랑을 이해못할 거야". 그녀의 목숨거는 미친 사랑.
그녀처럼 똑똑/치밀하진 않아도 여기 극과극의 운명적
사랑이 있다. 우직하게 목숨처럼 함께하는 사랑. "죽어서도 계속 사랑할 거야". 너무 착해서 자기와 안어울린다고 해도 '우유와 장미'라는 나름의
사랑의 양식을 귀엽게 제공하는 남자. "내 스타일이 아니야" 라고 냉정하게 밀어내던 여자도 결국은 그 무가공 우유처럼 순수한 사랑의 맛에 눈뜨게
된다.
"오빤 내가 밉지도 않아? 나 벌레야, 벌레!" (예고편의 이런 대사
하나의 강렬한 인상이 영화를 보게 하기도 한다)
예고편에서 보았던 장면인데도, 마지막 면회 장면에선 거의 눈물이 날뻔 했다. 복받치는
감정의 말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목다친 남자의 절규... 애절한 두 사람의 손이 유리벽 너머로 맞잡았을때 눈에 들어오는 결혼반지! 남자는 정말
죽을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그녀를 사랑하리라는 '영원한 맹세'를 결코 잊지 않았던 것이다.
저렇게나 순진한 사내가 있을까 싶은 석중(황정민)의 캐릭터. 그렇지만
억척 살림꾼에 나름대로 넉살과 유머감각과 가치기준은 그를 그냥 평면적인 캐릭터가 아니게 한다. 정말 이 영화는 배우 황정민의 승리다. 그가
아니고서 누가 과연 석중 캐릭터의 연기력과 흡입력과 호소력을 지닐수 있을까.
믿기 힘든 순정파... 근데 정말 누군가를 목숨처럼 사랑하면
그럴것도 같다. 특히 은하(전도연)가 떠나버린후 바닷물에 잠기는 길에서 "은~하~야~" 를 신음하듯 외치는 그의 표정 클로즈업은 가슴을
여밀듯하다. 사랑의 천국을 오르는 계단을 밟았다 싶었지만, 다시 나락 깊은 물 속으로 사라지는 길~~~ 그 길 저멀리에 보이던 두 섬. 그들처럼
떨어진 두 섬! 천국인줄 알았지만 지옥의 고통으로 다가오는 '아일랜드'의 느낌.
영화 전반적으로 아주 일상적인 화면은 세련/현란한 영화세태 속에서
'생활의 발견'같은 느낌이다^^. 그 평범한 일상에 환상처럼 개입하는 세번의 슬로우모션... 기차 건널목에서 지나가는 사랑의 천사, 눈꽃 내리던
신혼의 밤 과수원, 그리고 마지막 면회 장면.
"순정도 지나치면 멍청한 거지" 라던 은하가 진국같은 남자의 가없는 사랑의 깊이에 빠진다.
전도연이 퇴원한후 평상 옆에서 부르는 노래는 그녀의 감정변화를 절실하게 포착한다. 석중이 받아내던 아기 송아지처럼 은하는 그렇게 새 인생을
꿈꾸었지만, 느닷없는 운명의 시샘은 하나도 아니고 겹으로 찾아온다. 과거의 남자, 그리고 치명적인 병.
'봄날은 간다'를
자동차극장^^에서 보고나오며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는 논란을 벌이던 두사람. 그렇게 그들의 사랑의 봄날도 가는듯했지만, 어떤 봄날은 영원히 가지
않는다는걸 증명하려는 '너는 내 운명'.
그들을 매도하고 "소금 뿌리는" 세상. 선정적인 언론은 그들의
사랑마저 상품거리로 이용한다. 백종학의 눈빛연기, 그리고 "선수끼리 왜 이래" 라며 결정적 앵글까지 포착하는 사진기자... 또한 은하의 옛
남자의 야누스적 캐릭터도 석중과 극명하게 비교되어 인상적이다.
은하는 감옥에서 지옥과 천국의 환상에 포위된다. 얼굴에 온통 흉측한 반점이
나타나는 악몽과, 기적의 구원처럼 내리던 신혼의 눈꽃... 마당의 커다란 대야속 비눗방울 장난도 최고급호텔의 욕조 못지않았던 그들의 사랑의
천국... 그리고 다시 찾아온 현실의 지옥...
결말 장면에서 거의 눈물이 날뻔 하다가 마지막 환상장면에서 감정이 좀
누그러졌다. 다시 신혼의 천국처럼 눈꽃같은 눈이 내리고... 너무 환한 두사람의 모습과 표정... 검은 머리의 백옥같은 웃음... 눈사람...
빨간 목도리...
그 마지막 눈오는 장면이 석중의 환상이건 아니건 상관없다. 그의 운명적 사랑은 그런 해피엔딩을 얻을만 하니까...
그것이 이승에서건 저승에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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