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오툴의 '아라비아의 로렌스'만큼이나 길지만, 좀 더 지루한
만만디 영화.
기나긴 중국역사상 마지막 황제 푸이의 삶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유장하게 전개된다.
영화 전반부, 푸이가 한번도 나오지 못하고 갇혀지내는 자금성. 푸이는
자신의 신세를 이렇게 한탄한다. "관객이 없는 극장의 주인공". 관객들(중국인)이 섬기는 황제는 이제 더이상 성안의 푸이가 아니라 성밖의
군벌이었다. 황후 역시 어항속 물고기를 바라보며 '투명한 유리 속에서 완전노출'돼 살아가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다.
그러나 마침내 우물안
개구리 황제는 우물밖 세상의 풍운 속으로 나온다. 사교클럽에서 "Am I Blue" 를 느끼하게 부르며 플레이보이가 된 푸이. 그리고 다시 한번
꾸는 위대한 제국과 황제의 꿈. 그러나 일제에 의해 완벽하게 조종되는 꼭두각시 황제.
자금성에서 유모가 떠나가듯 이제 황후마저
떠나가고... 또다시 금지된 성문은 닫히고... "문 열어라" 는 황제의 절규는 공허하게 울릴뿐...
"평생을 자신이 최고라며 살아왔지만 이제 최하라고
느끼나?"
전범 수용소에서의 10년. 지난날의 지존은 이제 평민/죄수가 되어있다. "어떻게 제몸 하나 간수 못하나" 라는 모욕을 듣고,
"내가 아직도 당신 하인인줄 아시오?" 라며 마지막 시종도 등돌리고 떠나간다. '만세의 군주'는 철저한 심신의 격하를 당했다.
출소 후에
베이징의 정원사가 된 푸이. 문화혁명의 붉은 폭풍이 휩쓰는 거리에서 그는 자신이 꿈꾸던 '현대의 황제'를 목격한다. 바로 모택동! 거리를 가득
메운 마오의 초상화.
류이치 사카모토 등의 음악을 배경으로 구중궁궐의 붉고 노란 색감이
강렬하다. 특히 꼬마 황제의 즉위식 장면의 노란 장막과 거대한 스케일은 이 영화의 백미. 그리고 후원 황후들의 오페라 글래스^^
3살부터
노년기까지 푸이를 연기한 소년들과 존 론, 황후 조안 첸, 황제의 개인교사 피터 오툴의 인상적인 연기.
시대의 격변 속에서 마치 박물관처럼 박제된 황제의 삶을 거부했던,
그러나 감옥 밖도 여전히 감옥의 삶이었던 푸이. 일제의 마수에 걸려든 참담한 황제. 사실 푸이보다 먼저 '마지막 황제'의 비운을 맛보았던 이땅의
황제도 생각나게 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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